중학교를 올라가는 시기에 축구부를 그만 둔 나는 tv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요리사를 해보고 싶었다. 김치와 사과 등으로 끔찍한 과일 탕을 만들고 바로 포기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우스꽝스러운 시도였다.
그렇게 집 근처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대단한 도전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경호원들이 폭탄 테러 상황에 희생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장면을 보고 남자다운 모습에 반해 경호원도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사격부를 지원할 사람을 물어보았다. “저 경호원이 되고 싶은데 사격부를 하면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사격부를 다니고 있던 이유로 큰 고민 없이 바로 다니게 되었다.
중1~고1 입학하는 시기까지 10m 공기소총 사격부를 했다.
축구는 동적 운동이고, 사격은 정적 운동이다. 그래서 쓰이는 근육과 운동 방법이 다르다. 어릴적 부터 축구만 했던 나는 사격이란 운동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축구 경기장은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파이팅 구호도 넣고,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소리 내어 말한다. 그에 비해 사격장은 정말 조용했다. 조용히 호흡하고, 표적지를 꽂는 소리, 장전하는 소리, 심지어 뒤에 앉아있는 사람의 휴대폰 진동소리까지 들린다. 사격 대회에 나가면 뒤에서 코치님이 스코프(망원경)으로 내 표적지를 보신다. 부담감과 압박감은 지금 생각해도 크게 느껴진다. 사격 대회를 나갈 때마다 긴장이 많이 되어 손부터 발끝까지 벌벌 떨며 총을 쐈다.
중 2학년까진 사격을 배워도 배운 게 아니었다. 그 이유는 나의 열정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피드백과 소통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막연히 훈련을 한 시간이 많았다.
중 3학년 때 노정만 코치님으로 바뀌고 나서 크게 달라졌다. 노정만 코치님은 달랐다. 코치님의 가르침은 내 인생에 있어 첫 번째 터닝포인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던 원리들을 이해 못했던 우리를 기본부터 디테일하게 설명해주고 알려주셨다.

<예시 사진>
축구와 사격 훈련을 비교하면 사격 훈련은 매우 정교하게 체계화되어 있었다. 총을 처음부터 쏘지 않고, 나무토막을 드는 훈련부터 하고, 동시에 크리크 수정을 하며 내 눈과 감각에 맞춘다. 그리곤 총을 잘 세우기 위해 나무토막 위에서 중심 잡는 훈련과 모래주머니를 총에 올려 버티고 세우는 훈련을 한다. 더 나아가 총을 컴퓨터와 연결해 총을 쏘는 과정을 영상화 해서 추적, 분석, 수정을 한다. 이것이 감각적인 훈련인데 더 나아가 멘탈적인 훈련도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축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차지 못하면 공에 바람이 없네, 축구화가 불편하네, 나랑 안 맞네 등 여러 환경 탓을 많이 한다. 사격은 환경 탓하는게 없다. 전부 내 잘못이다.
축구는 실수하다가도 골을 넣거나 상대편 실수로 골이 들어가도 자기가 잘해서 넣은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격에서는 내가 잘못 쐈는데 10점에 맞으면 바로 스스로 쐈던 순간을 되새기며 잘못된 원인을 분석한다. 크리크는 이미 맞춰져 있고, 60발 안에서 내 스타일대로 쏴야 하는데 중간에 내 판단과 다르면 다음 발을 쏠 때 크리크를 수정해야 하는지, 내 자세를 수정해야 하는지, 판단을 잘못한 것인지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 부분이 정말 축구와는 다른 디테일이었다.
긴장은 많이 됐지만 훈련의 깊이, 태도, 침착성에 있어 어디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것을 배웠다.
사격 실력이 조금 늘었던 나는 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며 경북 대표선수로 전국체전에 참가했다.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사격 선수를 했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축구였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축구를 했고, 사격대회에도 공을 가져가서 놀다가 혼이 났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식 훈련으로 구기종목을 하는 시간이 주어질 때면 항상 축구를 하고 싶어 했다. 그 모습을 본 사격부 코치님은 나에게 “병준아, 네가 축구하는 열정으로 사격을 했으면 벌써 국가대표가 되었겠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무렵 나는 고민에 빠졌다. 다시 축구가 하고 싶었다. 중학교 축구부 감독님께 전화를 해서 저 1년 유급을 해도 좋으니 시켜만 달라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미 늦었다, 따라가기 힘들다. 안된다.”였다. 전화를 끊은 나는 펑펑 울었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서 ‘삼국지’ 책에 푹 빠져 정독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삼고초려‘이다. 후한 말, 유비가 제갈량의 재능을 듣고 자신의 편으로 데려오기 위해 두 번의 헛걸음을 하고도 세 번째에 그를 얻게 된 일화이다.
축구부 감독님에게 한 번 전화해서 안된다는 말을 듣고 꿈을 포기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 번 더 전화해 볼걸, 찾아가 볼걸..
나는 이 일화를 내 삶에 적용시켰던 적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 나서이다. |